‘스키의 즐거움과 낭만에도 눈높이를 맞추자.’

스키철이 본격화하면서 각종 안전사고가 설원을 위협하고 있다. 불가항력의 사고도 있지만 대개 준비운동 부족과 과한 욕심이 화를 부르는 것이다. 요즘은 스노보드족들이 대거 가세해 스키장 안전사고 증가에 한몫(?)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이 스키장에서 부상을 당해 병원을 찾은 413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스노보더들이 스키어보다 3배 많았고, 특히 골절은 보더들이 1.6배나 됐다.

▲눈높이 맞는 슬로프 이용=스키장의 안전을 위협하는 가장 무서운 존재는 바로 ‘겁없는’ 초보들. 한 연구에 따르면 상급코스에서 발생한 사고의 30%가 초급자였으며 38%가 중급자였다. 중급코스 사고 중 43%는 초보자였다.

스키는 1년 이내 초보자 중 32~35%가 부상을 경험하고 스노보드를 처음 타는 사람 중 50% 이상이 부상을 당한다고 한다. 세란병원 정형외과 오덕순 진료부원장은 “제대로 된 강습없이 무작정 ‘부딪치고 넘어져야 빨리 탈 수 있다’는 잘못된 생각이 부상을 부른다”면서 “초보자들은 심한 부상이 많아 다리는 물론 목, 손목 등의 골절과 인대 손상뿐 아니라 뇌진탕까지 입는 경우가 흔하다”고 지적했다.

▲무릎을 다치면 서둘러 치료=스키부상의 1위를 차지하는 무릎 ‘전방십자인대 파열’은 치료가 늦어지면 무릎의 연골이 손상되고 퇴행성관절염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연세사랑병원 고용곤 원장팀이 ‘전방십자인대 파열의 치료시기에 따른 연골손상 상태’를 조사한 결과, 6개월 이상 치료를 미룬 환자의 70%에서 반월상연골판의 심한 손상과 연골손상이 나타났다. 여성들은 전방십자인대를 보호하는 슬개힘줄이 약하기 때문에 부상의 위험이 더 크다.

고용곤 원장은 “전방십자인대가 파열되면 초기에는 붓고 아프지만 보통 2~3일이 지나면 통증이 사라지기 때문에 타박상으로 오인,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면서 “실제로 환자의 절반 정도가 6개월이 지나 수술을 받았으며, 이중 70%는 상태가 나빠져 복잡한 시술을 받았다”고 밝혔다.

▲눈과 피부건강에도 만전을=스키를 타기 30분 전에 반드시 SPF30 이상의 자외선 차단제를 두껍게 발라야 기미, 주근깨 등을 예방할 수 있다. 자외선 차단제는 2~3시간 간격으로 덧발라주고 특히 피부층이 얇고 건조해 주름이 쉽게 생기는 부위인 눈가와 눈 보호를 위해 UV코팅이 된 고글을 착용해야 한다.

초이스피부과 최광호 원장은 “건조하고 추운 설원에서는 자외선이 4~5배 강해져 짧은 시간의 노출에도 피부 멜라닌 색소가 빠르게 증가하고 수분은 쉽게 잃는다”면서 “오후 2시 전후에는 스키타기를 쉬는 등 피부 보호를 위한 수칙을 지켜야 후유증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강남밝은안과 이무일 원장은 “스키장의 강한 자외선은 백내장, 각막염, 일시적 시력 저하, 눈부심 현상 등의 원인이 된다. 신속히 제대로 치료하면 쉽게 낫지만 증상이 가볍다고 무시하면 위험하다”면서 특히 최근 시력교정 수술을 받은 사람은 더욱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효순기자〉